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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의 편리함’ 무인단말기, 시각장애인에겐 ‘그림의 떡’대부분 터치스크린 방식…점자·음성안내 등 기능 여전히 부족
  • 경인복지신문
  • 승인 2019.10.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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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음식을 주문하려고 무인단말기(키오스크)를 이용했는데, 음식이 실수로 40여개가 선택됐다고 하더라고요. 주위 사람들이 알려줘서 다행이지, 모르고 신용카드를 넣었으면 60만원 정도가 결제될 뻔했어요."
무인단말기를 사용하다 낭패를 볼 뻔한 한 시각장애인의 경험담이다.
식당이나 극장, 기차역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무인단말기를 통한 주문·결제가 확산하고 있다. 무인단말기로만 주문·결제가 가능한 매장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런 무인단말기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유리벽' 같은 기기다. 대부분 점자 키패드가 아닌 터치스크린 방식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장치가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제정된 '흰 지팡이의 날'(10월15일)을 앞두고 서울 시내 업소와 전철역 등 일부 장소에 설치된 무인단말기를 살펴보니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한 패스트푸드점은 점원들이 주문을 받지 않고 음식만 내놓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주문은 매장 한편을 차지한 무인단말기를 이용해야 한다.
단말기에 키패드는 따로 없었다. 별도로 '장애인' 표시가 있긴 하나 스크린 안에 있는 메뉴에 불과해 시각장애인은 그런 표시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돼 있었다. 장애인 표시도 직원을 호출하는 버튼일 뿐이지 음성으로 주문하는 기능은 아니었다.
용산역에는 지하철 등 열차 승차권 발매기, 주민등록등본 등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하는 무인민원발급기가 설치돼 있었으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승차권 발매기를 살펴보니 '목적지·운임, 충전금액 선택', '지폐 투입구' 등 기기에 대한 기초적 안내 문구에만 점자가 있었다. 승차권을 발권하려면 스크린을 눈으로 보며 터치해 목적지를 지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기능은 없었다.
KTX·무궁화호 등 열차 승차권을 발매하는 무인발권기도 사정은 같았다. 점자 블록을 따라 시각장애인이 무인발권기로 접근할 수는 있었지만, 정작 발권기에는 음성 안내나 시각장애인용 키패드, 저시력 사용자를 위한 화면 확대 기능 등이 없었다.
무인민원발급기에는 그나마 점자 키패드와 음성안내 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키패드는 작동하지 않았고, 음성안내는 이어폰 단자가 없어 기계에 달린 작은 스피커로 들어야 했다. 이마저 역사 안 소음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시설물 관리 담당자에게 이 같은 상황을 문의하자 "매달 한 차례 정기 점검을 하는데 기계가 노후해 문제가 생긴 듯하다"며 고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행정안전부 고시 '행정사무정보처리용 무인민원발급기(KIOSK) 표준규격'은 공공기관에 설치되는 무인민원발급기에 시각장애인용 키패드, 음성안내, 점자 라벨 등을 필수규격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필수규격을 적용한 비율은 작년 8월 기준으로 절반을 조금 넘는 57.5%에 불과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터치스크린 방식 무인단말기라 해도 이어폰을 이용한 음성 안내나 점자 키패드는 물론, 사용자가 화면의 어느 항목에 손을 댔는지를 진동 등 자극으로 알려주는 기술도 이미 개발돼 있다. 이런 기술 탑재를 기본요건으로 두도록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무인단말기는 장애인을 위한 표준화가 안 돼 있어 제작 업체들이 만드는 형태만 수천가지에 달한다"며 "정부가 나서 의견수렴을 통해 장애인 접근성을 갖춘 표준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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